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개원가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항할 것을 천명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에게는 ‘CCTV 강제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김동석)와 각과의사회장은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에서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수술은 환자와 의사 상호 간 믿음으로 신뢰를 파괴하는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으로 인한 의료의 공백은 결국 국민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석 회장은 “의협도 여러 가지 안을 가지고 협상을 했다. 그러나 의협의 안은 추상적이었다.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회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며 “보건의료노조와 정부와 합의문을 보면 하나의 법안처럼 아주 꼼꼼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동안 의협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 때 방어를 위한 파업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방어를 위한 파업이 아니라 공격적인 파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단체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파업을 하고 자신들의 위치나 금전적 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요구한다”며 “의협이 파업을 한다면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화해달라는 공격적인 주장으로 파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법안 통과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의 책임 문제도 거론했다.
김 회장은 “이번 법안 통과에 찬성한 국회의원 135명은 앞으로 앞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국민의 피해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법안에 찬성한 국회의원과 환자단체는 성범죄, 청탁, 비리가 발생하는 모든 곳에 CCTV 설치를 주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고위공직자, 지자체장, 공무원 직무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며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식으로 일탈의 사건을 법으로 규정해 국가적인 자원 낭비, 비용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 곧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수술실 CCTV 설치를 강제하는 법의 폐기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항할 것을 천명하고 의협에는 끝까지 투쟁할 것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법 유예기간이 2년이다. 복지부가 시행령을 내놓기 전에 의협이 먼저 개원의단체, 학회 등과 함께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면허강탈법, 간호사법도 투쟁체를 발족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개협과 각과의사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관련 6가지 주장을 발표했다.
대개협은 ▲CCTV 설치 강제법 폐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 동원해 저항 ▲CCTV 필요 없도록 무자겪자(UA) 불법수술 법정 최고형 처벌 ▲의협은 재적 183인 중 법안에 찬성한 135, 반대 24, 기권 24인 국회의원 명단 정리해 회원 전체에게 통보 ▲13만 회원은 각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 항의 방문하는 등 국민 건강권 직결되는 의료 관련 법안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나서라 ▲ 의협은 세계의사회 공문을 보내 환자와 의사의 심각한 인권침해인 CCTV 강제화가 세계 최초로 일어났음을 알리고 세계의사회 및 각국 의사단체와 공조해 부당한 법의 폐기를 추진하고 ▲ 의협은 ‘CCTV 강제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해 끝까지 투쟁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과의사회 회장들도 한 목소리로 수술실 CCTV 설치법 국회 통과를 우려하고 의협에 법 폐기를 위한 투쟁을 요구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일주일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수술장에서 보내는 외과 의사로 자괴감과 모멸감을 느낀다”며 “수많은 외과 의사들이 국가의료체계에서 필수적인 수술현장을 떠나게 될 것이며 의대생들은 환자의 생명을 지키며 최전선에서 싸울 미래 외과계 의사로서의 길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봉직의가 수술실 CCTV 설치법이 통과된 다음날 사직한 사례를 예로 들면서 많은 외과의사들이 수술장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의사는 전문분야에 대한 십 수년 동안의 의학공부와 수련의 기간을 거쳐야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의료인인 된다”며 “8년 동안 정형외과 트레이닝을 받고 병원에서 4년을 근무했던 봉직의가 12년 동안 해 오던 수술을 접겠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회장은 “수술실 CCTV는 손님들이 요리사가 요리를 잘하고 있는지 CCTV로 확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수술실 CCTV 설치로 의료사고 소송은 늘고 배상금액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소송을 부채질할 소송브로커가 판을 칠 것”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1년 8월 31일은 의료계의 흑역사로 기억될 것”이라며 “코로나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사들에게 돌아온 것이 수술실 CCTV설치다. 각종 규제에 맞서 하나된 목소리로 이겨내자”고 호소했다.
비뇨의학과의사회 이종진 회장도 수술실 CCTV 설치법은 결코 환자를 위한 법안이 아니라며 화장실 몰래카메라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더라도 일탈이 발생할 수 있고 일탈을 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으면 화장실 몰래카메라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계부 등에 의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 재혼가정에도 CCTV를 설치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대개협 장영록 법제부회장은 “비수술과도 이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수면마취도 CCTV 설치 의무화에 포함될 수 있다”라며 “CCTV로 수술 부위가 정확히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법의 취지인 의료과실이나 범죄 행위를 규명하기 위한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감시와 통제는 군사독재와 권위주의의 발상이다”라며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집중하려고 화를 내고 고함을 치는 일도 있다. 비수술적인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이나 의료분쟁이 생길 수 있다. 우리나라만 법으로 수술실 CCTV를 강제 설치하는 것은 국제적인 치욕”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의료계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강력한 투쟁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법 시행 전까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