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1년 수지적자 전환 후 2055년 기금이 소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을 점검하는데 2018년 4차 재정추계보다 적자 전환시점은 1년, 기금 소진 시점은 2년 앞당겨졌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27일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 시산(잠정결과)을 이같이 발표했다. 제도 유지를 전제로 향후 70년의 재정수지를 추계한 결과다.
복지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오는 3월까지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2개월 앞당겨 일부 결과를 발표했다.
재정추이 분석 결과 앞으로 약 20년간은 연금 지출보다 수입(보험료+기금투자 수익)이 많은 구조를 유지한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돈(보험료율)은 소득의 9%, 노령연금 수급자가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올해 기준 42.5% 수준이다.
이렇게 누적된 현 기금 915조원(지난해 10월 말 기준)은 2040년 1755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듬해인 2041년부터다. 이 시점부터 지출이 총수입보다 급격히 커지면서 기금이 급감해 2055년에는 소진된다.
재정추계전문위는 이 시점에 기금 적자가 47조원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2033년부터 만 65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5년 전 4차 재정계산과 비교하면 수지적자 시점은 2042년에서 2041년으로 1년, 기금소진 시점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졌다. 적립기금 최대치 규모도 4차 때의 1778조원에서 소폭 감소했다.
재정추계는 인구와 경제, 제도 변수 등을 고려해 이뤄진다. 연금 재정 전망이 어두워진 이유는 5년 전과 비교해 저출산·고령화는 심화하고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여건은 더 악화한 탓이다.
실제로 올해 24%였던 제도부양비는 55년 후인 2078년엔 143.8%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든 반면 제도 성숙과 고령화로 가입자 수는 늘어난 영향이다.
미래 세대의 가입자 1명이 1.43명의 연금을 책임지는 상황이 온다고 볼 수 있다. 제도부양비는 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재정추계전문위는 그해 보험료 수입만으로 지출을 충당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인 부과방식비용률도 올해 6%에서 2078년엔 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4차 재정계산 때보다 인구구조가 악화해 제도부양비가 높아졌고, 기금 소진 연도의 부과방식비용률도 4차 때의 24.6%에서 26.1%로 1.5%포인트 상승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급여지출은 올해 1.7% 수준에서 점차 증가해 2080년에는 최고 9.4%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는 4차 재정추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정추계전문위는 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한 필요 보험료율도 제시했다. 소득대체율(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 비율)이나 가입·수급연령 등은 고정한 채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재정목표를 달성하려 할 때 얼마만큼의 인상이 필요한지를 계산한 것이다.
70년 후인 2093년에 적립배율 1배를 유지하기 위해선 현행 9%인 보험료율을 2025년 17.86%로 인상해야 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적립배율 1배’는 그해 지출할 연금만큼의 적립금이 연초에 확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립배율 2배와 5배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 필요 보험료율은 17∼24%로, 역시 4차 재정계산 때보다 1.66∼1.84%포인트 증가했다. 연금개혁이 늦어지면서 재정상황이 더 악화했다.
재정추계는 연금개혁의 첫 단추인 국민연금 개혁안의 근거자료로 쓰인다. 재정추계에서 도출된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이 당겨질수록 개혁 강도도 세질 수밖에 없다.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인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금 소진 연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국회 연금개혁 논의와 향후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수립에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시나리오별 민감도 분석 내용 등을 포함한 재정추계 최종결과는 오는 3월 확정된다. 오는 4월 말까지 활동하는 국회 연금특위는 이를 바탕으로 개혁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정부도 10월말까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 연령, 기초연금과의 역할 등을 종합한 국민연금 운영계획을 내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