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수묵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주목받는 구모경 작가의 개인전 ‘밤의 숲(Forest of the Night)’이 5월 20일부터 26일까지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산수(山水)를 주제로 작업해 온 작가에게 숲이란 친숙한 자연의 공간이자 동시에 삶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은밀한 내면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밤’이라는 시공간 역시 ‘숲’의 성격을 띤다는 사유 아래 집(73x53cm_한지, 먹, 백토), 동화(73x53cm_한지, 먹, 백토) 등 수묵추상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수묵을 표현하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인 필(筆)의 요소를 과감히 덜어냈다. 대신에 도시 일상 생활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투박한 금속 물건 등으로 하여금 붓을 대신토록 했다. 붓이 아닌 다른 요소들을 수묵의 세계로 초대하는 실험을 통해 수묵의 포용성을 강조한 셈이기도 하다.
때로 차갑고 무거운 금속 물질이 잠시 먹을 머금은 채 부드럽고 얇은 종이 위에 미끄러지면, 바로 그 순간 밤의 숲이 조용히 문을 열어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 작품들로 200평이 넘는 대규모 전시 공간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놓여 있는 밤의 숲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물리적 어둠의 시간이 ‘밝은’ 사유의 시간, 꿈의 시간, 동화의 시간을 허락한다.
산수 정신의 현대적 해석으로 치유의 가치에 주목하는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불안과 위험을 느끼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간을 준비할 수 있는 쉼과 치유의 시간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구모경 작가는 지난해 11월 29일부터 12월 6일까지 일본 교토에 위치한 후소당(後素堂, kousodou) 갤러리에서 개인전 ‘談’을 열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구모경 작가 약력
국내·외에서 10여 차례의 개인전 및 약 130여 회의 기획전에 참여했다. 국내·외 레지던시(장흥가나아뜰리에, 파리국제예술공동체, Pre-전남수묵비엔날레)에 참여해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있다. 한국은행 올해의 신진작가, 서울미술대상전 최우수상, 청년작가조망전 최우수작가 등에 선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한국은행·외교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