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육포럼(이사장 우옥영, 공동대표 우윤미)이 지난 2일 ‘2022 보건교육과정의 문제점과 대안 탐색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고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의견을 제기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3일 교육부가 2021년 말에 위탁해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2 보건교육과정 개정 연구 초안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보건교육포럼은 토론회의 주요 문제의식은 이번 연구가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이란 취지에 무색하게 사전 여론 수렴이 없었고, 코로나19 이후 보건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사회적 요구와 법률을 외면하고, 보건 과목 필수화를 배제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체 교육과정 총론과의 괴리, 특정 시각에 치우친 편파성, 성교육, 정신 건강 등의 근거 없는 내용 축소, 개인적 실천 위주의 협소한 시각 등의 문제와 정책 방안 미흡, 연구 내용 간의 불일치 등으로 포괄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구 위탁과 운영 과정의 문제도 제기됐다.
주최 측은 지난달 21일 교육부 위탁 연구진이 토론회를 개최했으나, 당시 줌방에 청중의 참석이 제한돼 토론장에 들어오지 못한 대기자가 많았고, 연구안의 문제가 많은데, 토론 시간이 너무 짧아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했다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밝혔다.
첫 발제자로는 우옥영 경기대 교수가 2007년 개정된 보건교과 입법 내용을 설명했다.
우옥영 교수는 “교육부가 2008년에 이미 다음 교육과정 개정 시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제는 코로나19 등으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만큼 초등 보건 과목 고시, 중·고(1개 학년) 보건 과목 필수 고시를 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미 보건교사 2인 배치 법안 통과, 보건교사의 정교사 전환 등의 논의가 진전돼 지원 방안을 강화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이 연구안은 성교육표준안과 포괄 적성 교육 등 대립하는 시각 중에서 성교육표준안 측 입장만 담고, 널리 이슈가 된 부분을 민감한 내용이란 이유로 삭제했다.
이에 우옥영 교수는 양측의 입장과 유네스코 가이드라인 등 국제적 추세를 균형 있게 담아야 갈등이 적고, 민감한 내용일수록 객관적으로 교육과정에 담아야 민원에 대한 대응과 현장의 교육 활동이 용이하다고 지적했다.
우옥영 교수는 “내용 축소 조정은 근거에 기반해야 하며, 보건 교육은 실천이 중요한 생활 교육이므로 친구들의 압력이나 사회 환경 등 현실의 복잡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학생회, 학부모회,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도록 교사 배치, 학교 보건교육부, 지역 보건교육센터 등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경 보건교육포럼 대표는 교육과정이 교사의 가르칠 자격을 규정하고, 교수요목에 따른 교과서 지급, 학습 활동의 근거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미경 대표는 “현재 초등학교 5, 6학년에서 연간 17시간 이상의 보건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보건교육과정고시가 없어 중, 고등학교와의 체계성 확보, 교과서 개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미 교과처럼 운영 중인 초등학교 보건교육과정을 고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미경 대표는 연구 시안에서 교육 목표 및 핵심 아이디어, 성취 기준 간의 불일치, 부적절한 행동 용어 등의 세부적인 문제와 성교육, 정신 건강 영역 등의 근거 없는 축소와 재배치로 체계적 교육에 지장을 우려하며 수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지학 시흥은행중학교 교사는 연구 시안은 건강 생활 습관 또는 질병 처치 등 기술적인 측면을 주로 강조했다.
김지학 교사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은 축소하고 개인의 생활 습관, 질병 위주 접근으로 정상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건강 문제조차도 의료 문제로 환원해 ‘의료화’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지학 교사는 “건강 역량을 강화하고 이 연구에서 축소 또는 삭제된 건강권, 건강 의사소통, 건강 의사결정, 건강 증진 옹호, 건강 문화, 건강 정보와 자원의 활용 등의 내용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전교조 경기지부 보건위원장은 정책 방안과 관련해 보건 교육 효과를 높이려면 지역별, 학교급별, 학생 개인별로 상이한 건강 문제를 탐색하고, 이를 근거로 보건교육과정 및 관련 정책을 현장성 있게 조정할 수 있는 지역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며, 이런 역할을 하는 보건교육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법률 개정으로 교육부와 교육감이 학생건강증진기관을 설치할 수 있게 된 만큼, 앞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은희 경북 보건교사회장은 “학생의 건강 문제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고, 건강권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학교 규모나 보건교육 시행 등 여건에 따라 지역별로 일정 규모 이상에는 보건교사 2인 배치 및 보건 보조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며 “학교보건법의 관련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모든 학교 보건교사 배치, 일정 규모 이상 보건교사 2인 배치 및 보건 보조 인력 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에서 참여한 100여 명의 현장 교사들도 문제점을 성토했다.
한 고교 보건교사는 진로와 연계되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했지만, 2022 보건교육과정에서는 보건의료계열 진학 시 면접 등 준비 과정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건강권, 건강과 사회 및 문화 내용이 축소 또는 삭제됐다고 주장했다. 한 초등 보건교사는 보건교육과정을 연구해 온 보건교육 전공 교수와 전문가도 있는데 왜 산업보건 전공 교수 등이 연구에 주축인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시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2022 보건교육과정 연구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전문가 협의가 없었으며, 지금이라도 즉각 전문가 협의회를 개최하고, 수정·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토론회 이후 김대유 서영대 교수(전 대통령 교육자문회의 자문위원)는 “새로운 영역일수록 교육부에서 논의가 제한되는 게 사실”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는 사회적 요구가 높은 보건, 기후, AI 디지털 등 새로운 교육 영역을 담당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부에 TFT를 구성하는 한편, 교육과정과에 보건 교육 전문직 등 관련 인력 배치와 부서별 통합 논의를 하고, 연구 위탁과정의 투명성, 공개성을 높여야 한다”고 논평했다.
사회자인 우윤미 보건교육포럼 공동대표는 “4월 21일 교육부 위탁 연구진이 개최한 토론회의 경우 줌방에 청중의 참석이 제한돼 토론장에 들어오지 못한 대기자가 많았고, 연구안의 문제가 많았음에도 토론 시간이 너무 짧았다. 곧 연구 최종안이 정리될 예정이어서 긴급하게 토론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토론회에서 제기된 내용을 정리해 의견서를 인수위원회, 교육부 등에 보내는 등 각계에 널리 알려 2022 보건교육과정의 문제점을 함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