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아직 많이 받는 젊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는 수술, 항암제 치료 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항호르몬제와 더불어 호르몬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난소기능 억제 치료제가 함께 사용되는데 장기적인 치료 효과가 최근 입증됐다. 무병생존율은 높아지고 재발율은 낮았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팀은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받은 45세 이하 폐경 전의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 1,200여 명을 약 9년 간 분석한 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를 받은 환자보다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함께 받은 환자들의 무병생존율이 높고 재발률은 낮았다고 밝혔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 중 폐경기거나 항암제 치료로 월경이 멈춘 환자들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 호르몬 생성이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재발 방지를 위해 호르몬 영향을 줄이기 위한 항호르몬제만 사용해왔다.
반면, 아직 폐경기가 오지 않고 다시 월경이 시작된 젊은 환자들은 호르몬 생성이 활발해 항호르몬제와 함께 호르몬 생성 자체를 억제하는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같이 시행해왔다.
폐경 전 젊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시행하고 약 5년 간 추적 관찰한 연구는 있었지만 다른 유방암 유형인 HER2 양성 유방암이나 삼중 음성 유방암에 비해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시간이 지나도 재발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지 않다보니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에 대해 더욱 장기적인 추적 관찰 연구 결과가 필요했다.
김 교수팀은 2009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국내 33개 기관에서 수술과 항암제 치료를 받은 45세 이하 폐경 전 1~3기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 1,231명을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과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으로 나눠 두 집단의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평균 추적 관찰 기간은 106개월(8년 10개월)이었다. 항호르몬제 ‘타목시펜’ 치료는 5년 간 진행됐으며 난소기능 억제 치료는 항호르몬제 치료와 병행해 2년 간 진행됐다.
전체 환자 중 621명은 항호르몬제 치료만 받았으며 610명은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치료를 함께 받았다.
김 교수팀이 8년 무병생존율(8년 동안 특별한 질환이 발생하지 않고 생존한 환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은 약 80.2%인 반면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은 85.4%로 5.2%나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재발율도 큰 차이가 났다.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의 8년간 유방암 재발 없이 생존한 비율이 82.4%인 반면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은 86.3%였다.
45세 이하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들을 5살 단위로 나눠 집단별로 분석한 결과 40~45세 환자들의 경우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 결과 차이가 가장 컸다.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의 8년 무병생존율이 80.1%,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은 89.1%였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그 중에서도 HER2 단백질 과발현 여부에 따라 HER2 양성과 HER2 음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HER2 음성인 경우 항호르몬제와 난소기능 억제 병행 치료군의 8년 무병생존율이 85.2%로 항호르몬제 단독 치료군이 80.9%인 것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정 교수는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 유방암이다 보니 젊은 환자의 경우 재발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며 “하지만 최근 난소기능 억제 치료가 시행되면서 재발률이 낮아졌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도 치료 효과가 매우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 45세 이하 호르몬 양성 유방암의 8년 생존율은 95~96%였다”며 “젊은 나이 유방암도 지속적으로 치료법도 발전하고 있어 의료진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치료 과정을 밟아 나간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