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 요인을 분석 결과, 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으며,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이용 빈도보다 가격 상승이 전체 의료비 지출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일차의료 ‘주치의’ 역할을 보다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현행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를 보완하고 지출 평가체계를 공식화하여 건강보험 지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결과로, 행위별 수가제 중심 지불제도 보완으로 경증·만성질환 중심 관리의 ‘주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이 같은 내용의 ‘건강보험 지출 증가 요인과 시사점(권정현 연구위원)’을 공개했다.
2019년 인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2009년 대비 28.0% 증가했다. 이 중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76.7%를 설명해 기여도가 가장 큰 요인으로 확인된다.
수량 요인의 변화는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14.6%를 설명하며, 인구 요인은 전체 진료비 증가의 8.6%만을 설명하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고령화에 기인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요인임은 사실이나, 의료서비스의 가격 및 이용 증가 정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2012년 이후 외래 서비스 가격 요인의 영향력이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어 가격 요인의 영향력 확대에 외래서비스가 주로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의 상대적으로 빠른 기여도 증가에는 고비용의 의료서비스 이용 증가, 진료 강도의 변화, 수가의 상승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가격 요인의 진료비 지출 증가 기여도가 특히 높은 암 질환은 암 절제술 이후 평균적인 입원 기간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며, 관련 치료는 외래서비스 이용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서비스 이용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고가의 외래서비스 이용 및 진료 강도의 상승으로 이어져 외래서비스 이용당 의료비 지출의 증가를 야기하고 가격 요인의 기여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입원서비스보다 외래서비스 이용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2009년 대비 2019년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서비스 증가율(32.2%)은 입원서비스 이용 증가율(16.0%)을 2배 정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가 인상의 차이 또한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여도를 나타내는 현상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수가 증가율은 28.4%인 반면, 동일 기관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인상률은 18.1%로 수가의 상승이 외래서비스 가격 요인의 영향 확대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측되며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은 2019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24.9%를 설명해 가장 큰 기여 요인으로 확인된다.
입원서비스 수량 요인은 2015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37.7%를 설명할 정도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나, 이후에는 기여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9년에는 24.2%로 축소됐다.
이와 같은 입원서비스 수량 요인의 영향력 하락에는 입원서비스 이용 증가의 둔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9년 대비 2019년 입원서비스 이용은 45.9% 증가하였으나, 그 증가세는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병상 수 증가율도 하락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인구 천명당 병상 수 증가율은 2009~14년 11.3%에서 2014~20년 2.3%로 빠르게 하락했다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기여하는 정도와 수량 요인의 기여도가 역전되는 양상
은 의료기관 종별 분석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 증가는 2009년 대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24.9%를 설명해 가장 기여도가 큰 요인으로 확인된다. 다음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가격 요인(17.0%)과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14.6%)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기여 요인으로 확인됐다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을 것이라는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인구 요인은 가격 요인과 수량 요인에 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우리나라에서 고령화가 의료비 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하락하는 것과 유사하게 해외의 연구들에서도 고령화가 의료비 지출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결과, 인구구조의 변화는 65세 이상 인구 1인당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를 주도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확인된다.
2019년 기준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44%가 인구 요인으로 설명되어, 고령 인구의 의료서비스 이용과 의료서비스 가격에 변화가 없더라도 고령층 인구 비중의 확대로 고령층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령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서도 최근 가격 요인의 기여 정도가 확대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이후에는 가격 요인의 기여도가 인구 요인의 기여도를 상회하면서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서도 가격 요인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9~19년 기간 중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에 대한 요인별 기여도 분석을 수행한 결과,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를 주도하는 주요 요인은 가격 요인으로 확인됐다.
가격 요인의 기여도 확대는 외래서비스에서 두드러지며, 모든 의료기관에서 가격 요인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으나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한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래서비스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가격 요인 기여도가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의 증가 혹은 진료 강도의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고비용 의료서비스 이용 및 과잉 진료에 대한 통제가 우선되어야 하나, 의료서비스 항목별로 이미 설정된 가격을 책정 · 지급하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fee-for-service)하에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진료량 및 진료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의 주요 기여 요인이라는 사실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적용되는 행위별 수가제에 변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병원 종류별 분업을 의미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충분히 확립되지 못한 상태임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원’)이 일차의료의 역할보다 상급 의료기관들과 경쟁하면서 과잉 진료를 제공할 유인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 가는 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경증 및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및 예방과 관리를 수행하는 일차의료 ‘주치의’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만성질환에 대한 예방 및 관리는 치료의 포괄성과 지속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데, 현재 의료행위 단위의 지불제도인 행위별 수가제하에서는 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 및 상담, 예방,관리를 포괄하는 서비스에 대해 보상이 어려워 의료서비스 공급자에게 일차의료 기능 수행 유인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증가하는 만성질환 대응을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해 예방 및 관리의 포괄적인 기능에 대한 보상과 지속적 환자 관리에 따른 성과 보상이 가능하도록 묶음 지불제도 및 성과기반 보상제도를 활용해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권정현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지출 증가 요인에 대한 검토와 그에 기반한 지출 관리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를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에 대한 평가를 정례화하고, 평가 결과에 근거해 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공식화해야 한다" 며 "건강보험 재정지출 평가의 공식화를 건강보험 재정 운영에 대한 정보 공개 강화 및 재정 운영의 책임성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것으로 확인됐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