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이하 만관제)이 본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본인 부담금이 늘어난 가운데, 정부가 환자와 의료기관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선다.
당초 도입했던 건강생활실천 지원금 카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시스템을 개선해 연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곽순헌 건강정책국장은 24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의료현장과 환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사업에 건강생활실천지원금 포인트를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차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순헌 건강정책국장은 “만관제가 본 사업이 되면서 본인 부담금이 연평균 8만 원 넘게 증가했다”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건강생활실천 지원금을 본인 부담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도입했지만, 발급 절차가 복잡해 환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고 밝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 요양기관정보마당에서 환자의 포인트를 직접 확인하고 차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곽 국장은 “올해 12월까지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와 의료기관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만관제 대상 질환을 COPD(만성폐쇄성폐질환)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고혈압, 당뇨병은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한 질병이지만, COPD는 치료법이 명확해 만관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만관제가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질환을 추가하면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국회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COPD는 만관제에 포함하는 대신,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하는 방안이 의료계와 논의 끝에 결정됐다.
곽 국장은 “국가 검진으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의견에 따라 추진하게 됐다”며, “다만, 흡입기 사용법 교육 등 추가적인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를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곽 국장은 만관제를 통해 노인 환자들이 한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의사가 다른 질병까지 진찰할 수 있어, 사실상 주치의제 실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필수의료지원과에서 진행 중인 지역 혁신 시범사업도 주치의 개념과 유사해 향후 만관제와 통합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편 2025년 7월 말 신고 기준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만관제) 본사업 참여 현황을 보면 전국 4453개 의원이 사업 참여를 신고했고, 이 가운데 환자 등록을 실제로 수행한 의원은 3,495개로 신고 기관의 78.5%에 달했다.
환자 측면에서는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수급권자 합산 76만4852명이 등록했다. 환자등록 의원 한 곳당 평균 등록 환자는 219명으로 집계됐으며,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월평균 신규 등록 환자는 5559명이었다.
고혈압‧당뇨병 환자가 투약과 함께 지속적인 교육상담을 받을 경우, 혈압과 혈당 등 주요 건강지표가 개선되고 자기관리 역량이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이하 PACEN)이 지원한 연구를 통해,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지속적인 교육‧상담과 모니터링이 치료 효과를 개선하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 은 동네 의원을 기반으로 고혈압‧당뇨병 환자에게 맞춤형 교육‧상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환자의 자기 관리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되었다(2019년 시범사업 시작, 2024년 본사업 전환). 해당 사업이 환자의 건강 지표 및 자기관리 역량 개선에 대한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PACEN은 ‘일차의료 중심 포괄적 만성질환관리 서비스의 고혈압‧당뇨병 환자 관리 효과성 평가’(연구책임자: 가톨릭대학교 윤건호 교수)를 지원하고 임상적 가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고혈압 환자(426명) 및 당뇨병 환자(475명)를 사업 참여 여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은 환자가 필요 시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통상적 관리를(비참여군) 받았고, 다른 그룹은 사업에서 제공하는 초기 평가, 개인별 맞춤형 관리계획, 교육‧상담, 모니터링 등을 포함한 포괄적 관리를 (참여군) 받았다.
1년 동안 두 그룹의 혈압‧혈당 관리 효과를 분석한 결과, 참여군의 평균 당화 혈색소(HbA1c)는 7.45%로, 비참여군(7.83%)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평균 수축기 혈압은 참여군이 127.9mmHg로 비참여군(131.3mmHg)보다 낮아져, 혈당‧혈압 조절 효과가 확인되었다. 특히, 순응도가 높은 참여군은 비참여군에 비해 더 뚜렷한 개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투약과 함께 지속적인 교육-관리가 혈압‧혈당 조절 및 자기관리 역량 강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고 이런 교육-관리는 접근이 용이한 환자 거주지의 일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