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가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 체계 구축에 본격 착수한다. 정부는 「의료·돌봄 통합지원법」을 토대로 의료·요양·돌봄·주거 서비스를 연계한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based Integrated Care)’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통합돌봄은 노쇠, 장애,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장애인이 시설이나 병원이 아닌 자신이 거주하던 지역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도록 하는 제도다. 고령화 심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와 사회적 입원 문제를 완화하고, ‘살던 곳에서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한다.
정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선도사업을 통해 다양한 모델을 실험해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2026년부터 본격적인 전국 시행에 나섰다. 도입 초기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고령 장애인, 의료 수요가 높은 중증 장애인을 중심으로 방문진료, 치매관리, 응급안전 서비스 등 약 30종의 서비스를 연계 제공한다. 이후 방문재활, 영양관리, 병원동행, 임종돌봄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해외 주요국 사례는 통합돌봄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일본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통해 지자체 중심의 돌봄 체계를 구축했으며, 영국은 2022년 보건의료법 개정을 통해 ‘통합돌봄시스템(ICS)’을 법제화해 지역 단위 협력을 강화했다. 네덜란드는 방문간호 자율팀인 ‘부르트조르흐(Buurtzorg)’ 모델을 통해 의료·복지 연계와 서비스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이들 사례를 종합하면 통합돌봄의 성패는 ▲거버넌스 ▲재원 구조 ▲인력 ▲정보시스템 ▲법·제도 등 복합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중앙과 지방 간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 구축이 핵심으로 꼽힌다. 일본은 지방정부 책임을 명확히 했고, 영국은 법률을 통해 지역 단위 의사결정 구조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재원 구조 역시 중요한 과제다. 통합돌봄은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지방비 등 복수 재원을 연계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약 9,4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재정 운용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력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케어매니저, 통합 코디네이터 등 전문 인력 양성과 함께 간호사·사회복지사 등 다직종 협업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네덜란드처럼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팀 단위 운영과 처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보시스템 구축 역시 성공의 관건이다. 서비스 연계와 대상자 관리, 기관 간 협업을 위해서는 통합 플랫폼과 데이터 공유 체계가 필수적이다. 영국은 법제화를 통해 데이터 표준화와 공유를 추진했으며, 이는 서비스 연속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합돌봄은 초기에는 인력과 인프라 구축 비용이 크게 소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불필요한 입원과 시설 이용을 줄이고 응급 상황을 예방함으로써 전체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사례에서는 입원율 감소와 서비스 만족도 향상이 동시에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통합돌봄 정책을 도입기(2026~2027년), 안정기(2028~2029년), 고도화기(2030년 이후)로 나눠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도입기에는 서비스 연계와 운영 기반 구축에 집중하고, 안정기에는 서비스 확대와 제도 정비, 고도화기에는 전 생애주기 돌봄체계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재원 불안정, 인력 부족, 부처 간 칸막이, 지역 간 격차 등은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재정 조정 메커니즘 마련, 전문 인력 확충, 중앙-지방 협의체 상설화, 취약지역 지원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이 단순한 복지 확대 정책이 아닌 의료·복지 시스템 전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제도 도입 자체보다 지속가능한 운영 구조와 지역 기반 거버넌스 구축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