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보수가 개편 ..지역·응급·분만에 연 3조6천억 집중 투자
  • 검체검사·CT·MRI 수가 손질…역대 최대 건강보험 구조개혁
  •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전면 개편해 지역·필수의료 분야에 연간 3조6,000억 원을 집중 투자한다. 반면 혈액검사와 CT·MRI 등 과잉 진료 우려가 제기돼 온 검사 분야에서는 연간 2조6,000억 원의 재정을 절감한다. 2001년 상대가치점수 도입 이후 최대 규모의 수가 조정으로, 검사 중심 의료체계를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그동안 의료계와 정부가 공통적으로 지적해 온 건강보험 수가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현행 수가체계는 검사와 영상촬영 분야에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이 이뤄지는 반면 진찰과 입원, 마취, 응급·중증 치료 등 필수의료 분야는 낮은 보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의료비용분석위원회가 약 6,000개 의과 수가를 분석한 결과,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는 비용 대비 수익률이 190%, CT·MRI 등 특수영상검사는 194%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찰료와 입원료, 마취 등 필수진료 분야는 원가 보상이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복지부는 이러한 불균형이 과잉검사와 짧은 진료를 유도하고, 지역과 필수의료 인력 부족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비수도권·취약지 우대수가 도입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지역 우대수가 신설이다.

     

    정부는 비수도권과 수도권 의료취약지에 건강보험 수가 가산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대상 지역은 경기 의정부권·남양주권·이천권·포천권과 인천 서북권·중부권 등 6개 진료권이다.

     

    이들 지역의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시행하는 수술·처치 행위에는 10% 가산이 적용되며, 야간·휴일 응급 수술에는 추가로 10%가 더해진다.

     

    또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전국 84개 시·군·구 소재 의료기관에는 진찰료를 5% 가산하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는 입원료 5% 가산도 적용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격차를 줄이고 지역 내 필수의료 공급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0년 만에 진찰료 인상

     

    필수 기본진료에 대한 보상도 대폭 강화된다.

     

    의원급 진찰료 상대가치점수는 20년 만에 조정된다. 초진은 6%, 재진은 4% 인상되며 병원급 이상은 초·재진 모두 2% 상향된다.

     

    이에 따라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1만8,840원에서 1만9,980원으로, 재진은 1만3,370원에서 1만3,900원으로 오른다.

     

    복지부는 단순히 진찰료를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충분한 상담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심층진찰 및 심층상담 제도도 확대한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시행 중인 15분 이상 심층진찰은 연 4회에서 6회로 확대되며, 종합병원에도 신규 도입된다. 내과·가정의학과·산부인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10분 이상 심층상담 시 별도 보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입원료 역시 일반병실은 7%, 중환자실은 10% 인상된다.

     

    중증·응급 최종치료 보상 대폭 확대

     

    응급실을 거쳐 실제 수술과 시술까지 이어지는 최종치료 분야에 대한 보상도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심뇌혈관질환, 암, 중증외상, 복합골절 등 중증 수술·시술 1,600여 개 항목의 수가를 20%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을 통해 입원한 응급환자가 야간·휴일에 수술을 받을 경우 수가는 최대 5.5배 수준까지 확대된다. 같은 중증수술이어도 야간·휴일과 응급상황 등 시급성이 높을수록 보상 수준을 높여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최종치료 역량을 강화한다.

     

    수술과 시술뿐 아니라 마취 등 최종치료에 수반되는 행위에 대한 보상도 대폭 확대한다.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전신마취에 대한 수가 수준을 현행 대비 50% 상향하고, 1,600개 중증 수술·시술과 이에 동반되는 마취에 대한 야간·공휴 가산을 현행 100%에서 150%로 강화한다. 

     

    복지부는 응급환자를 치료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현장의 문제 제기를 해소하고 최종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분만·소아 분야 3천억 원 투입

     

    저출생 시대에 필수의료로 꼽히는 분만과 소아 진료에 대한 투자도 확대된다.

     

    정부는 중증모자센터와 권역모자센터를 중심으로 고위험 임산부와 미숙아 진료에 대한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

     

    28주 미만 또는 1,000g 미만 초미숙아를 분만한 중증모자센터에는 최대 440만 원, 비수도권은 최대 506만 원의 추가 보상이 지급된다.

     

    신생아중환자실 입원료도 최대 2.5배 수준까지 확대된다.

     

    고위험 임산부 집중관리료는 현행 3만5,000원에서 7만 원으로 인상되고 적용 기간도 확대된다.

     

    소아 분야에서는 진찰료 가산 연령을 현행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또한 중증·응급 수술 1,600개 항목 가운데 6세 미만 소아에게 시행되는 수술은 50% 추가 가산을 적용한다.

     

    소아중환자실 처치에도 50% 가산이 신설되며 비수도권과 취약지역은 100% 가산이 적용된다.

     

    검체검사·CT·MRI 수가 대폭 조정

     

    반면 검사 분야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진다.

     

    정부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등 검체검사 수가를 조정해 연간 1조9,000억 원을 절감하고, CT·MRI 수가 조정을 통해 7,000억 원을 추가 절감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의원급 혈액검사는 1,220원에서 970원으로, 종합병원 복부 CT는 13만2,920원에서 10만3,340원으로 낮아진다. 상급종합병원 두경부 MRI는 26만7,160원에서 17만9,560원 수준으로 조정된다.

     

    환자 본인부담금도 함께 감소할 전망이다.

     

    검체 위·수탁 제도 27년 만에 개편

     

    이번 개편의 또 다른 핵심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혁이다.

     

    정부는 1999년 이후 유지돼 온 위탁검사관리료 제도를 폐지하고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보상을 명확히 구분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그동안 검사료 할인과 과잉검사 유인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구조를 개선하고, 검체관리와 환자안전 중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수탁기관 인증과 질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검체 추적관리, 개인정보 보호, 환자안전사고 관리체계도 정비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번 개편이 검사량 확대 중심의 의료 공급 구조를 환자 중심·필수의료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건강보험 수가 혁신방안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연 3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와 함께 의료인력 확충, 의료사고 부담 완화, 국립대병원 육성 등을 병행해 국민이 어디에 살든 필요한 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글쓴날 : [26-06-29 09:21]
    •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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